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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생활

근무스트레스.. 것보다 힘든 직원 해고 스트레스



생각해보면, 난 지금까지 누군가를 해고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흠... 있었나? 아니 없었던 것 같다.

사무실을 다니면서, 단기 인턴 직원을 고용을 해보고, 자원봉사자 몇 십명을 면접을 보기도 했고,
출산 휴가 대신 일해 줄 학교 후배를 고용해보기도 하고, 카페를 운영할 땐 여러명의 알바를 고용하기도 했다.

내가 좋은 직장선배, 카페 사장이었는지 아니었을지는 모르나..
그때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최대한 많이 알려주려고는 했다.
그래서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직장 후배들..

호주에서 사는 지금은..
지금 내가 일하는 곳은..
내가 하는 비지니스도 아니고, 작은 규모의 사무실이어서..
사람을 고용하는 일에 관여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 사무실 구성원이 크게 바뀌며, 내가 고용하지 않았던 직원을
해고해야 해는 상황에 처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난 누구를 해고해 본 적이 없었다.

나를 위한 팀을 구성하기 위해 고용을 했지만, 해고의 책임은 지지 않는 참 꿀같은 위치였던 거다.
심지어 카페 알바생을 구했을 때도, 본인이 그만두겠다는 직원은 있었어도, 내가 먼저 안녕!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게 차라리 쉬웠다.

최근 팀으로 들어오게 된 직원이 몇 있는데, 그 중에 한 명과 일하는게 쉽지 않다.
다른 직원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다들 비슷한 생각이지만, 사실 내가 가장 불만이 많은 것 같다.

일이 갑자기 많아져, 내 일 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에, 다른 직원의 무책임, 실수를 커버해 주면서 계속 불만이 생기는 거다.

다른 사람을 다시 고용하기 위해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두명, 많게는 하루에 4명까지 면접을 보면서.. 결국 내 근무시간도 뺏기고, 에너지도 뺏기고 있다.

사람을 고용하는 일...
이력서 너머의 사람을 보는일, 준비된 대답 이면의 사람을 만나는 일.. 
결국 그렇게 선택을 해도, 그게 옳은 선택일 지는 시간을 지내고 나야 알아낼 수 있다.
내 선택에 책임이 지어지고, 사무실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면접 한 명 한 명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에너지를 다 뺏기도록 면접 시간에 충실한다.

그러나 또 다른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은, 지금 매일 얼굴을 보는 직원에게 이제는 나오지 말라고 얘기해야 하는 일이다.
결국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스트레스를 받고, 한 1-2주는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식욕이 줄어들 정도로, 직원 교체를 책임져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설상가상 사무실 내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를 동시에 심하게 받고 있었다.

결국 맘을 내려놓고, 내일은 말을 해야 한다.
3개월 간의 수습기간을 다 채우기도 전에..
오늘이 마지막날이야, 내일부턴 나오지마 라는 말을 해야 한다.
"We have decided to let you go. We appreciate your time with us, but I think here is not a perfect workplace for you."
당신을 보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같이 일한 시간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우리 사무실이 당신에게 맡는 것 같지 않습니다.

하... 아침에 굿모닝 할 수 있을까?
내가 왜 이런 나쁜역활을 맡아야 하는지...
오늘은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