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 들기 전, 페이스북을 의미없이 살펴보다 글을 하나 보게 되었다.
버스를 혼자 올라타고 싶어하는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
엄마 도움 없이 혼자 버스를 타려 하는 아이를 말없이 기다려 주던 버스기사와 승객들..
시간이 조금 지체되자, 엄마는 버스에 올라타서 연신 미안합니다 라고 사과했고,
자리에 앉아서 아이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설명을 했다.
다음 부터는 엄마가 도와줄게.. 혼자 버스를 타면서 시간이 지체되어서 사람들이 기다렸으니 미안하잖아..
엄마가 미안하다고 하는 걸 들었지? 엄마가 사과는 잘못을 했을때 하는 거라고 알려줬지?
그럼 엄마가 미안하다고 한 건,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빨리 올라타도록 엄마가 도와줄께..
대충 이런 내용의 글 이었고...
그 아래 댓글에는..
이런 엄마만 있다면 세상 어린이들이 바르게 잘 자랄 것 같다..
훌륭하게 교육을 잘 하는 엄마와 그 엄마 밑에서 자라는 훌륭한 아이..
존경스럽다.. 이런 댓글들이 써 있었다..
글을 쓰윽 읽다 보니, 내 맘 속에 삐뚤어진 가시 하나가 불쑥 솟아 올라온다..
버스 기사와 승객들을 시간을 지체하는 주체가 노인이 아니라 아이였기 때문에 웃으면서 기다렸던 건 아닐까?
아이가 버스에 혼자 올라타느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왜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하는거지?
스스로 버스를 올라타려고 노력해서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게 했으니, 피해를 줬다는 건거?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상황은 잘못을 저지른 상황이라고??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해 사과하는 행동이 잘 못 됐다는 건 아니다.
당연히 시간이 지체되었고 바쁘고 급한 사람들에겐 짜증나는 상황이 될 수 있으니, 양해를 구해야 하는 건 맞는 말이다.
그리고 승객들과 기사의 기다림이 고마운 상황인 건 맞다.
그 러 나...
아이가 버스를 올라타려고 노력하는 그 시간이 기 껏 몇 분 이었을 거다.
그 시간을 기다려 준 사람에게 고맙다라는 인사대신,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고 한다.
노약자든 아니든, 남들 보다 서툴러서 지체되는 시간에 우리 모두는 너그러운 이해가 있지 않나..
아무리 바쁘고 급한 상황이어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나의 시간을 쪼개서 그 사람의 시간에 보태줄 수 있는 여유가 있지 않나..
아이가 첫 발걸음 내 딛는 순간은 어느 부모에게나 큰 행복의 찰나이다.
그러나, 부모의 행복 보다, 아이 스스로에겐 도전의 첫 성취감 일 수 있다.
아이가 버스에 혼자 올라타고자 하는 도전을 어른의 바쁜 발걸음으로 재촉한다면 그 성취감은 얻을 수 없는 거다.
성취의 순간을 잘못된 것이라고 그래서 엄마가 대신 사과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아이의 도전은 남에게 피해를 준 잘 못 된 행동이 되어 버린 거다..
버스에 올라타는 노인의 발걸음은 아이의 짧고 잰 발걸음 보다 더 느리고 지루할 거다.
그 지루한 시간이 버스에 올라타서, 죄송합니다의 사과가 아닌, 기다려줘서 고맙습니다 하는 감사함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차가 없으면 생활하기 힘든 호주 생활 속에서, 클락션 소리를 하루에 한 번 도 듣기 어렵다는게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신호 없이 골목골목 차가 나오고 들어오는 운전 흐름 속에서, 잠시 브레이크를 밟아 양보하고, 나 역시도 그렇게 배려를 받고..
서로 고맙다 수신호로 표현하는 운전습관이 이젠 너무 익숙해 졌다.
다른 이들의 편의를 기다려 주는 나의 찰나의 시간,
그리고 내가 다시 보상 받을 수 있는 누군가의 여유의 조각..
그 찰나와 그 조각들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미안하다 대신 고맙다고 표현하는 여유로운 상황이 된다면
버스에 혼자 올라타려는 아이도, 그 엄마도,
잘못이 아닌 감사의 표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냥 쓸데없이 드는 생각
'호주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무스트레스.. 것보다 힘든 직원 해고 스트레스 (0) | 2020.09.10 |
---|---|
팥을 사는 바람에 팥앙금 만들기 그리고 찐빵 만들기 (0) | 2020.08.23 |
깜짝 생일선물로 탁구대 만들기 (0) | 2020.08.13 |
호주교육 - 학교에서 부터 친숙해 지는 기부활동 (0) | 2020.08.07 |
호주사는 버터핑거 (0) | 2019.07.04 |